성인 건강을 둘러싼 의료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 특히 비급여 의료와 실손보험의 관계는 국민 건강과 재정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 항목은 의료 소비자의 부담이 크고, 실손보험을 통해 이 비용을 보전받으면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해왔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료 과잉, 재정 부담, 환자 피해라는 세 가지 숙제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관리강화의 기본 논리는 명확하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치료가 난립하면 불필요한 진료가 늘어나고, 이로 인한 재정 부담은 결국 건강보험 재정뿐 아니라 실손보험의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실손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다양한 치료법 중 일부는 아직 대규모 연구는 부족하지만, 환자 개인에겐 큰 도움이 되는 사례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통증 치료나 회복 재활 분야에서 활용되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은 일부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표준화된 임상시험 결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급여화가 쉽지 않다. 결국 환자들은 비싼 비용을 감수하거나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딜레마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단순히 비용 부담이나 재정 안정성만을 근거로 비급여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각 치료법의 과학적 근거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일정 부분 건강보험이 보장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치료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면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오히려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는 이러한 절충점을 찾기 위해 '조건부 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즉, 일정 기간 동안 임상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를 지속하면서 한시적으로 보험 적용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치료 효과가 명확히 입증될 경우 본격적으로 급여항목으로 전환하고, 효과가 미미하다면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런 방식은 환자 보호와 의료 기술 발전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사이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강조해왔지만, 여전히 비급여 영역은 광범위하다. 특히 성인기 만성질환 관리나 노화 관련 치료에서는 여전히 비급여 치료가 적극 활용된다. 이 가운데 일부는 개인 맞춤형 치료 영역으로 발전 가능성이 크다. 유전자 검사 기반의 맞춤 건강 프로그램, 예방적 항노화 시술, 스트레스 호르몬 분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의 경우 초기에 일정 수준의 비급여 영역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정부와 보험사는 재정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라는 틀 안에서 정책을 설계해야 하고, 의료계는 치료법의 객관적 근거와 임상 결과를 꾸준히 제시해야 한다. 동시에 환자들은 합리적인 정보에 기반해 스스로 건강관리 선택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존중받아야 한다.
건강은 개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급여냐 비급여냐, 보험 적용이냐 아니냐를 떠나 보다 본질적인 목표는 결국 국민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다. 의료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는 시대, 정책 역시 경직된 틀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과학적이며, 환자 중심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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