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밤이 코골이 소리로 가득하다면,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더 큰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코골이와 함께 자주 동반되는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잠을 방해하는 질환이 아니다. 최근에는 뇌 건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그 심각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자는 동안 반복적으로 기도가 좁아지거나 완전히 막히면서 호흡이 잠시 멈추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혈중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그 상태가 반복되면서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 결국 뇌세포는 만성적인 산소 부족에 시달리게 되고, 이로 인해 인지 기능 저하, 집중력 감퇴, 심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위험 증가까지 유발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연구팀은 수면무호흡증을 겪는 중장년층 5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이들 중 35%가 경도인지장애 또는 치매 초기 증상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특히 산소포화도가 반복적으로 떨어지는 패턴이 클수록 기억력과 언어 능력이 더 뚜렷하게 감소했다. 또한, 뇌의 특정 부위에서 구조적인 변화까지 관찰되었는데, 이는 지속적인 저산소 환경이 뇌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수면무호흡증의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피로한 일상을 탓하며 방치한다는 점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거나, 낮 시간에도 졸림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수면 중 갑작스럽게 숨이 막히는 느낌으로 깨어나거나, 자고 일어난 뒤 두통이 잦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면 병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생활습관 개선부터 시작해 체중 감량, 금연, 음주 제한 등이 필수적이며, 증상이 심한 경우 양압기(CPAP)라는 의료기기를 통해 기도 압력을 유지하는 치료가 대표적이다. 양압기 치료는 많은 환자에게서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동시에 낮 동안의 졸림이나 집중력 저하를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무엇보다, 이러한 치료가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단순한 수면 문제가 아닌, 전신 건강과 뇌 건강을 위협하는 ‘조용한 질병’ 수면무호흡증.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함께 수면의 질을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편안한 잠자리만큼 중요한 것은, 잠든 사이에도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잘 자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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