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인 건강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감염병 대응 체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어린이나 노약자를 중심으로 다뤄졌던 감염병 문제가 이제는 성인층에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지카바이러스 등 기존 감염병 외에도 신종 감염병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인 건강 관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특히 글로벌화와 기후 변화가 감염병 확산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잦아지면서 국경을 넘나드는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기후 변화 역시 모기 등 매개체의 활동 범위를 넓혀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 같은 감염병의 발생 지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은 성인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백신 개발은 물론이고 조기 경보 체계와 국제 협력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전 세계 감염병 발생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역시 회원국 간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자국민 보호를 넘어 세계적 유행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감염병 대응 인프라가 일정 부분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국제적 협력 체계에서는 후발주자라는 평가가 많다. 특히 백신 자급률이 낮다는 점은 국가적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코로나19 백신 확보 과정에서 나타난 수급 불안은 그 단적인 사례였다. 자국에서 자체적으로 백신을 개발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이 국가 보건안보의 핵심으로 부각된 이유다.
이에 정부도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mRNA 백신 개발 외에도 범용 백신(universal vaccine) 개발, 신속한 병원체 분석을 위한 유전자 분석 시스템 확대, 인공지능(AI) 기반 감염병 예측 모델 구축 등이 추진 중이다. 특히 범용 백신 개발은 한 번의 접종으로 다양한 변이에 대응할 수 있어 미래 감염병 위협을 줄이는 데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민간 기업과의 협업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정부 단독으로는 한계가 크기 때문이다. 대형 제약사뿐 아니라 바이오벤처, 스타트업 등 다양한 기업들이 연구개발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연구비 지원뿐 아니라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 신속한 인허가 체계 개선 등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염병 대응은 결국 국제적 공조와 정보 공유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한 국가만 안전할 수는 없는 만큼, 국가 간 신속한 정보 교류와 공동 대응 매뉴얼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최근 WHO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팬데믹 조약 논의도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시작됐다. 조약이 체결되면 향후 팬데믹 발생 시 백신·치료제·진단기기 분배에 있어 보다 공정하고 신속한 국제 시스템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인 건강은 이제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 세계적 관리가 필요한 시대가 됐다. 감염병이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투자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공동 대응 역량이 한층 더 강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준비가 평상시 철저히 이뤄질 때, 또다시 찾아올 위기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탄탄한 방어막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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