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에서도 브랜드와 유저 간의 관계 방식이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단순히 ‘재밌는 콘텐츠’만 던져주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유저의 취향과 플레이 성향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춘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패션 업계에서 자사몰 중심의 전략과 유사한 흐름으로, 게임업계 역시 ‘유저와 직접 연결되는 채널’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대표적인 사례는 중소형 게임사들의 ‘자체 플랫폼’ 운영이다. 스팀, 구글 플레이 같은 대형 유통 채널 외에 자체 웹사이트나 런처를 통해 게임을 유통하고, 직접 이벤트나 굿즈 판매, 커뮤니티 운영까지 병행하면서 브랜드 충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웹툰·OST·피규어 등 서브 콘텐츠까지 통합해 ‘게임 유니버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으며, 팬덤을 중심으로 한 자생적 마케팅 효과도 함께 누리고 있다.
이처럼 ‘직거래’ 전략은 단순히 유통 마진을 줄이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다. 유저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고, 피드백을 신속히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전략적인 움직임이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유저 이탈률을 낮추고, 라이브 서비스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유저가 어떤 콘텐츠를 오래 플레이하고, 언제 게임에 접속하는지, 어떤 장르를 선호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콘텐츠 기획 및 운영 방향에 반영하는 식이다.
제품력 또한 빠질 수 없다. 최근 성공한 인디 게임들의 공통점은 탄탄한 완성도다. 버그 없이 매끄럽게 실행되는 인터페이스, 정교하게 설계된 전투 시스템, 그리고 소위 ‘핵노잼’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밸런싱 등이 유저 만족도를 높였다. 특히 플레이 타임과 몰입감이 중요한 싱글 RPG나 로그라이크 장르에서는 이러한 완성도가 구매 결정의 가장 큰 기준이 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움직임도 눈에 띈다. 일본, 동남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각국 트렌드에 맞춘 콘텐츠 커스터마이징이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게이밍 트레이드쇼에 참가해 현지 유통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SNS 기반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자생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등 해외 진출 방식도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한편, ‘젠더리스’ 흐름처럼 게임에서도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의 다양화, 성별에 제한 없는 직업 선택, 중립적인 내러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유저의 정체성과 취향을 더 이상 규정하지 않으려는 방향성이 반영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Z세대 유저들 사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는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 구축, 유저 경험 설계, 글로벌 전략, 그리고 브랜드 정체성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길 바라는 움직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유저와의 직접 연결’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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