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건강의 열쇠, '귀 기울이는' 의술

 건강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흔히 심장, 간, 폐처럼 크고 눈에 보이는 장기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박 교수의 진료실을 찾은 수많은 환자들은 작고 연약한 기관, 바로 귀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귀는 작지만 매우 정교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이명이 대표적인 예다. 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는 이 증상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

이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귀를 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박 교수처럼 환자의 삶 전체에 귀 기울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명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난다. 단순히 소리세포 손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만성 중이염, 혈관 이상, 이관 기능 장애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여기에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까지 겹치면 증상은 더욱 악화된다. 따라서 이명 치료는 귀뿐 아니라 몸과 마음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

박 교수는 환자를 대할 때마다 '마음을 다하는 것'이 의술의 본질임을 강조한다. 귀를 치료하지만, 결국은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라는 믿음이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꼼꼼히 듣고, 그 속에 담긴 정서적 아픔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를 위해 그는 매일 새벽같이 병원에 나와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난다. 피곤할 법도 하지만, 그는 "환자를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다"고 말한다. 아마도 환자들이 박 교수를 신뢰하는 이유는 이 꾸준함과 성심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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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법의 발전도 박 교수의 꾸준한 배움에서 비롯됐다. 그는 해외 학회와 연구를 찾아다니며 최신 수술법과 치료 기법을 몸소 익혔다. 심지어 새로운 수술법을 배우기 위해 적금을 깨 해외로 다녀오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명 치료에 있어 청각 세포 보호, 혈관 건강 관리, 심리 상담 등 다각적인 접근법을 도입한 것도 이러한 연구와 경험의 결과다.

물론 아직도 많은 환자와 의료진이 이명 치료법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증상이 심각해질 때까지 방치하거나, 단순히 약물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박 교수는 이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는 "이미 많은 치료법이 과학적으로 검증됐지만, 이를 아는 사람이 너무 적다"고 말한다. 이명은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 중이염이 원인이라면 이를 먼저 치료하고, 혈관 이상이나 이관 기능 문제도 적절한 시술이나 약물로 개선할 수 있다.

성인의 건강은 어느 한 부분만 챙긴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인처럼 스트레스가 많은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명 역시 단순히 귀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습관, 심리 상태, 전반적인 건강 관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결국 건강을 지킨다는 것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귀 기울이고, 문제를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매일 진료실 문을 열며 다시 다짐한다고 한다. 오늘 만나는 환자의 아픔에 끝까지 귀 기울이겠다고. 귀 안의 작은 달팽이관을 들여다보며 그는 환자의 삶 전체를 본다. 이런 마음이 있기에, 박 교수의 진료실은 오늘도 환자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그들은 박 교수와 함께 한 걸음씩 건강을 회복해 간다. ‘다빈(多賓)’이라는 그의 호처럼 말이다.

이처럼 성인 건강의 핵심은 결국 ‘귀 기울임’에서 시작된다. 몸이 보내는 소리 없는 외침에,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인다면 많은 이들이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