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업계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 인증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아이디와 패스워드, 혹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중심으로 본인 인증이 이뤄졌지만,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대안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분산형 신원 인증(DID: Decentralized Identity) 시스템이 차세대 금융 보안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DID 시스템은 이용자의 신원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분산 저장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단일 서버 해킹으로 인한 대규모 정보 유출 위험이 대폭 감소하며, 이용자 본인이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하는 주권형 신원 시스템으로도 평가받는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보안성은 높이고 인증 비용은 줄일 수 있어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DID 기반 인증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과 전자서명법 개편으로 인해 DID 도입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며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비대면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는 데 DID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DID 시스템의 핵심 파트너로는 통신사, 카드사, 핀테크 업체들이 손꼽힌다. 통신 3사는 이미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를 공동 출시하며 실증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은 생체 인증, 홍채 인식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DID에 연계하는 기술도 선보이고 있어 주목받는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결국 금융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 경험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대출을 신청할 때마다 매번 신분증을 제출하고 소득 증빙을 해야 했던 불편함이 줄어든다. DID를 기반으로 본인의 신원정보가 이미 인증돼 있기 때문에 클릭 한 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금융기관에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다. 보험 가입이나 카드 발급 등도 마찬가지다.
정부 역시 이 같은 흐름을 적극 지원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디지털 금융혁신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DID 활용 확대를 주요 과제로 포함했다. 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DID 서비스가 자유롭게 시범 운영될 수 있도록 법적 유연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시스템 간 상호호환성 확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강화, 오남용 방지 장치 마련 등이다. 특히 국제 표준 정립과 다양한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기관과 글로벌 IT기업들 간 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DID 컨소시엄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기술적 진보는 금융 시장의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인증 시스템은 단순히 보안을 넘어 금융 접근성을 넓히고, 이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며, 나아가 금융포용(Financial Inclusion)의 촉진까지 이끌 수 있다. 지금까지 금융은 언제나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 신뢰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한 다음 시대의 도구가 바로 이 분산형 인증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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