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다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만기 확장에 나섰다. 신한은행이 선두에 서서 만기를 30년에서 40년으로 되돌린 가운데, 이는 단순히 고객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기보다는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시장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당장의 숨통은 틔울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또 다른 문제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주담대 만기를 늘리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낮아져 대출 가능 금액이 늘어난다. 소득이 일정한 상태에서 상환 기간이 길어지면 매월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실수요자는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해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집값이 고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고, 젊은 세대와 중산층의 주거 부담은 여전히 크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분명히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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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급등하자 주담대 만기를 줄였던 은행이 불과 1년도 안 되어 다시 원상복귀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니라, 가계대출 구조의 불안정성과 금융기관의 수익 중심 접근이 뒤엉킨 결과로 볼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되면 한 발 물러섰다가, 시장이 다소 진정되면 다시 완화하는 순환적인 흐름은 시장에 일관된 시그널을 주지 못한다.
더구나 대출금리의 움직임은 정부 정책과 따로 논다. 기준금리는 낮아졌지만 시중은행들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이는 은행채 금리 등 유동성 조달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는 낮아진 기준금리의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금융비용은 그대로거나 오히려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부 대출 재개는 ‘갭투자’ 방지라는 기존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 물론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분이 있으나, 제도적 허점을 통해 투자 수요가 다시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갭투자 증가가 주택 가격 급등을 부추겼던 전례를 떠올려 보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은행이 대출 확대에 나서는 배경에는 실수요자를 돕겠다는 의도가 있는 동시에, 자산 운용 수익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도 숨어 있다.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대출 수요는 줄지 않았고, 은행 입장에서는 유동성 관리보다 수익 확보가 더 중요한 국면이 됐다. 이는 가계부채가 여전히 우리 경제의 주요 리스크 중 하나임을 방증한다.
이번 신한은행의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금융정책은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져야 한다. 대출 만기 연장과 같은 조치가 반복적으로 시행되고 철회되는 구조 속에서는 시장의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흐름이 부동산 가격을 다시 자극할 경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오히려 더 요원해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일시적 완화책이 아니라, 실수요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구조적 정책이다. 보다 정밀한 DSR 제도 개선,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 대한 맞춤형 금융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주택 공급 계획이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출 만기 연장’이라는 미봉책에 의존하지 않고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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