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산업은 디지털 전환, 저성장 기조,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삼중 압박 속에서 생존과 도약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은행권은 기존 규제 체계의 재정비와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금융업의 본질과 기능을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은행의 역할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하다. 전통적으로 예금과 대출이라는 기본 기능에 충실했던 은행은 이제 복합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의 금융 니즈가 복잡해지고 맞춤형 자산관리, 종합재무설계 등 서비스가 각광받으면서 은행은 단순한 금융 중개자를 넘어 일상에 스며드는 금융 파트너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비금융 서비스와의 접점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다. 정보통신기술(ICT), 물류, 여행,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군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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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확장은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성장 한계가 뚜렷한 만큼,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은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현행 법규는 은행의 해외 진출에 있어 여러 제약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비금융 자회사 지분 보유 제한 등은 은행의 글로벌 M\&A 전략에 발목을 잡는다. 선진국 사례처럼, 전략적 판단에 따른 폭넓은 자회사 운영과 투자를 가능케 해야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신탁시장 또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자산 이전과 관리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상속, 의료, 돌봄까지 포괄하는 라이프케어 신탁이 중요한 금융서비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획일적인 신탁 규제를 유연하게 바꾸고, 다양한 자산과 목적에 따라 수탁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수탁재산 범위 확대, 재위탁 허용, 보험금청구권 신탁 완화 등의 제안은 단순히 규제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민 자산보호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또한, 은행의 사회적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상생금융’은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 수준을 넘는다.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재도전 기회를 마련하고, 지역경제를 살리는 금융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일은 은행의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다. 예컨대, 폐업자 대환 프로그램이나 창업 컨설팅 지원 확대는 은행이 ‘돈을 버는 기관’에서 ‘사람을 살리는 기관’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보여줄 수 있다.
결국, 금융산업의 규제 재편은 산업 보호가 아닌 산업 혁신을 위한 방향이어야 한다. 은행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려면 혁신적 사고와 과감한 구조개편이 병행되어야 하며, 정책 당국 역시 과거의 기준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기준 삼아 제도적 틀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 변화의 중심에서 은행권은 더 이상 수동적인 수용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제안자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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