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은 한동안 흡연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비흡연자 폐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이들 상당수가 EGFR 비소세포폐암이라는 공통점을 보입니다.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암으로 발전하는데, 비흡연자이면서 여성, 특히 아시아인에게서 이 돌연변이 발생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평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치료법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비소세포폐암 치료가 어렵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표적치료제의 등장으로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특히 EGFR 변이를 겨냥한 표적치료제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발전하며 폐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3세대 약제는 주목할 만합니다. 대표적으로 렉라자(레이저티닙)와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있는데, 기존 약제보다 질병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이 길고 전체 생존율도 눈에 띄게 향상됐습니다. 폐암은 흔히 뇌로 전이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3세대 약제들은 뇌까지 약물이 잘 도달하기 때문에 뇌 전이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L858R 변이*를 가진 환자들은 기존 치료제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렉라자는 이 그룹에서도 우수한 효과를 보이며 환자들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표적치료제라고 해서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EGFR은 정상 세포 내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저격하는 치료를 받다 보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피부 발진, 설사, 구토, 식욕 저하, 손발톱 주위염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은 대부분 약물의 기전상 나타나는 것으로, 치료 초기부터 의료진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치료제에 따라 부작용의 양상이나 강도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 관리가 필요합니다.
EGFR 비소세포폐암의 치료는 약제 선택뿐 아니라 내성 관리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약제 효과가 감소하거나 내성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새로운 돌연변이가 발견되기도 하고, 이를 겨냥한 추가 치료법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표적치료제 단독보다는 면역항암제, 항혈관신생억제제 등과의 병합치료 가능성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도 여전히 큰 숙제입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보니 상당수가 진단 시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됩니다. 때문에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더라도 건강검진을 통해 폐CT 등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 중 폐암 병력이 있거나, 장기간 간접흡연 노출 경험이 있는 경우, 혹은 폐질환 병력이 있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의학의 발전 덕분에 과거보다 훨씬 많은 폐암 환자들이 장기간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표적치료제의 등장과 발전은 폐암 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EGFR 외에도 ALK, ROS1, KRAS 등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맞춤형 정밀의학 시대는 더욱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결국 폐암도 이제는 ‘불치병’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점점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의 형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조기 발견, 정밀한 유전자 검사, 최적화된 표적치료제 선택, 부작용 관리까지 환자와 의료진이 긴밀히 협력할 때 비로소 장기 생존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폐암은 더 이상 비흡연자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하지만 희망도 분명히 있습니다. 최신 치료 흐름을 적극적으로 알고,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발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폐암 환자들도 충분히 삶의 질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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