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로 예정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시행을 앞두고, 금융시장에는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대출을 미리 받아 두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저금리 대출상품을 찾는 이들 사이에서는 ‘새벽 대기’, ‘앱 광클’, ‘정보 공유 카페’ 등 흡사 인기 콘서트 예매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대출 광풍은 단순한 이자 절감 차원을 넘어서, 내 집 마련·사업 자금 마련 등 개인의 재정 계획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한 번 막히면 사실상 몇 년간 기회가 닫힐 수 있는 만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마지막 열차’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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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서는 하루 대출 신청 가능 건수에 제한을 두며 무리한 대출 집행을 막고 있지만, 오히려 이 제한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건수는 일 단위로 조기 소진되며, 새벽을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긴장감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새벽 0시를 기점으로 대출 시스템이 초기화되며, 그 시간대에 맞춰 수백 명이 접속을 시도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은 3%대 중후반의 비교적 저렴한 금리로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경쟁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출 실행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이사를 앞두거나 잔금일이 임박한 이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줄로 여겨진다.
이처럼 대출 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는 배경에는, 결국 제도 변화가 가져올 ‘기준선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 있다. DSR 3단계는 차주의 모든 부채에 대해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 대비 일정 비율로 제한하기 때문에,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이거나 다중 대출을 이용 중인 경우 대출 한도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 푼이라도 더 빌려 쓸 수 있었던 구조가 완전히 바뀌게 되는 셈이다.
결국 지금의 ‘대출 오픈런’은 시장의 왜곡이라기보다, 개인들이 제도 변화에 앞서 자신에게 남은 선택지를 찾으려는 방어적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누구도 자신의 삶이 제도 변화로 인해 예기치 않게 흔들리는 것을 원치 않기에, 가능한 모든 통로를 활용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이다.
한편, 금융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인 수요 급증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제도가 정착되면 금융사들도 이에 맞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것이고, 소비자들도 이에 적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도기’에 놓인 이들이다. 제도 변경과 실수요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려면, 당국의 안내와 금융기관의 유연한 대처가 더욱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혼란은 변화의 신호다. 그리고 그 변화는 불가피한 만큼, 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가 그 흐름을 읽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출이라는 무거운 선택 앞에서, 더 많은 정보와 더 투명한 구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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