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인지 건강, 약만으론 부족하다

 최근 콜린 제제를 둘러싼 소송과 급여 축소 논란은 단순한 약물 문제가 아니라 성인 인지 건강 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콜린 제제는 기억력 저하나 초기 치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오랫동안 의지의 대상이 되어 왔다. 하지만 약물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급여 범위를 축소하고 본인부담률을 높이면서, 약에 의존하던 환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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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인지 기능 저하에 대처하는 방식은 더 이상 약물 중심이어서는 안 된다. 나이 들수록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요소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꾸준한 운동, 질 좋은 수면, 건강한 식습관, 사회적 교류, 뇌 자극 활동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 뇌는 고립되면 급격히 퇴화하고, 반대로 자극을 받으면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운동만 하더라도 뇌 혈류를 증가시켜 신경세포 연결을 돕고, 산책 같은 가벼운 활동조차도 기억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또한 성인기 이후 겪는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감, 외로움 등도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은퇴 후 사회적 연결이 줄어들고 삶의 목표가 흐려질 때 인지 저하가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병원 진료실에서의 약 처방은 단지 시작일 뿐이며, 환자의 일상 전반을 살피는 통합적 관리가 필요하다.

인지 개선이라는 말은 단순히 ‘머리를 좋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자기 일상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소통하며,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따라서 약물보다는 일상 속 환경 개선, 습관 변화, 정서적 지지, 그리고 가족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으로 매일 가족과 통화하기, 하루 한 권 신문을 읽고 친구와 토론하기, 노인 복지관의 미술 교실이나 합창단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활력을 유지한다.

콜린 제제 논란은 이제 의학적 유효성 논쟁을 넘어서, 우리가 어떻게 나이 들고 어떻게 건강을 지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 제약사, 환자 모두가 ‘치매 예방’이라는 말에 집착하기보다, ‘지금 나의 뇌 건강’을 일상에서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약은 일시적 도구일 수 있지만, 삶은 습관과 환경이 만든다. 앞으로의 성인 인지 건강 전략은 그 균형에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