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감성, 스트리트 위에 스며들다 세대의 취향을 입은 브랜드들의 도전

 패션이 게임처럼 ‘취향을 겨루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향한 클릭 전쟁, 드랍 시간에 맞춘 새벽 대기,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룩북을 SNS에 올리는 일련의 행위들은 어느덧 게임 속 랭킹전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민감하게 감지하고 반응하는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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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게임 문화를 흡수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MZ세대의 취향을 사로잡으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그 중심에는 '룩'보다는 '무드', '스타일'보다는 '스탠스'를 중시하는 브랜드 철학이 자리한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세계관’을 공유한다.

브랜드가 하나의 ‘게임 유니버스’가 되어가는 셈이다. 플레이어는 소비자가 아니라, 팬덤이다. 이들이 브랜드의 SNS 게시글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모습은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의 공략을 익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품 하나하나에 부여된 그래픽적 요소, 텍스트 레이아웃, 색감의 조화는 마치 게임 스킨을 구성하듯 치밀하게 설계된다.

이런 경향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세대 감성의 반영이다. 어릴 때부터 온라인 게임과 소셜미디어를 넘나들며 자란 Z세대는 자신이 소비하는 브랜드에서 ‘이야기’를 찾는다. 단지 품질이 좋은 옷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해줄 수 있는 상징과 무드를 요구한다. 그래서 요즘 브랜드는 "무엇을 팔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일부 브랜드는 의류를 넘어 디지털 아트워크나 VR 룩북, 게임 아이템 형태의 NFT까지 실험하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접점에서 ‘스타일’이라는 개념이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게임 특유의 픽셀 아트, 아케이드 감성, 혹은 사이버펑크 무드는 그래픽 티셔츠와 스웻셔츠, 액세서리에 차용되며 새로운 장르로 재탄생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런 브랜드 대부분이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 광고 없이도 무신사, 자사몰, SNS를 거점 삼아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며 성장곡선을 그려간다.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또한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공간형 세계관’을 보여주는 무대로 기능한다.

이는 결국 게임에서 말하는 ‘레벨업’과 다르지 않다. 첫 아이템이 출시되는 순간은 튜토리얼, 고객의 반응을 보는 것이 퀘스트라면, 플래그십 스토어는 다음 챕터의 보스전을 준비하는 거대한 전환점이다.

앞으로의 패션은 게임처럼 더 ‘몰입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정해진 룩에 자신을 맞추기보다는, 자신만의 룰을 만드는 패션이 대세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심엔, 틀을 깨고 규칙을 거부하는 브랜드들이 자리잡을 것이다.

지금의 패션 브랜드들은 단지 ‘옷을 만드는 집단’이 아니다. 감성을 설계하고, 팬덤을 키우며, 세대의 언어를 해석하는 프로듀서들이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지금 이 시대, 패션은 단지 옷이 아닌, 플레이 가능한 문화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