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캐릭터에서 시작된 패션, 현실 속 스타일을 움직이다

 게임 속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이 이제는 가상 세계를 넘어 현실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게임 의상은 일종의 ‘코스튬 플레이’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디자인적 완성도와 감도 높은 스타일링으로 일반 패션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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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 상반기, ACG(애니메이션·만화·게임) 기반 콘텐츠를 모티브로 한 의류 브랜드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이는 단순히 마니아층의 지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하며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정조준한 결과다. 다양한 게임 타이틀과 연계된 캡슐 컬렉션이 줄줄이 출시되며,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게임 패션’을 선택하고 있다.

한 패션 브랜드는 인기 RPG 게임 캐릭터의 무기와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메탈릭 디테일의 아우터를 선보였고, 예상보다 빠르게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추가 리오더에 돌입했다. 이 아우터는 30만 원대 중후반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안 해도 입고 싶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잡았다. 패션업계의 전통적인 가격대와 스타일 공식을 깨는 변화가 나타난 셈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소재와 패턴의 다양화다. 이전에는 게임 관련 제품이 단순한 프린트 티셔츠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트윌, 레더, 니트 등 소재의 폭이 확장되며 고급 소재를 기반으로 한 ‘데일리룩’으로도 무리가 없는 디자인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과감한 크롭 기장이나 비대칭 실루엣, 하드웨어 디테일 등 캐릭터 고유의 개성을 담아낸 요소들이 가미되어 마치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느낌을 준다.

하반기에는 여성 게이머를 겨냥한 패션 전개도 주목된다. 기존에는 남성 유저 중심으로 게임 IP 패션이 구성되었던 반면, 이제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스토리라인과 감성을 담은 디자인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한 브랜드는 내달 여성 게이머를 위한 단독 컬렉션을 발표할 예정이며, 대표 아이템으로는 크롭 니트, 레이스업 셔츠, 하이웨이스트 팬츠 등이 예정되어 있다. 이 컬렉션은 기존 브랜드 로고를 사용하지 않고, 캐릭터의 고유 문양을 활용한 심플한 엠블럼만을 더해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게 설계됐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감지된다. 특히 중국 선전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여성복 박람회에서는 게임 IP 기반의 디지털 디자인 부문에 많은 바이어가 몰리며 게임 패션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장에서 선보인 제품 중 일부는 국내 유명 플랫폼 입점을 앞두고 있어, 향후 K-패션과 K-게임의 융합이 수출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결국 패션은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는 거울이며, 지금은 ‘게임’이라는 거대한 디지털 세계가 그 거울 앞에 선 상황이다. 단순한 팬서비스를 넘어, 창의성과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자리잡은 게임 패션. 하반기에는 어떤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또 다른 경계를 넘을지 주목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