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의 ‘수라계’를 탐험하라, 로그라이크의 새로운 패러다임

 로그라이크 장르의 매력은 매번 바뀌는 구성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있다. 이번에 주목할 만한 신작은 바로 '수라계의 경계(가칭)'다. 플레이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존재하는 ‘수라계’라는 기묘한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곳은 한 번 들어가면 결코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지 않는다. 맵은 무작위로 구성되며, 방마다 전혀 다른 룰과 기믹이 존재한다. 단순한 적 처치뿐 아니라, 퍼즐을 푸는 방, 생존만이 목표인 방, 또는 아예 전투가 금지된 방도 등장해 매 순간 색다른 전략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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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탑 뷰 방식의 전투로 진행되며, 플레이어는 3명의 ‘계승자’를 조합해 파티를 꾸린다. 각 계승자는 고유한 무기와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전투 중 실시간으로 캐릭터를 전환하며 연계기를 발동시킬 수 있다. 한 명은 근접에서 검술을 펼치고, 다른 한 명은 중거리 마법으로 공간을 제어하며, 나머지 한 명은 특수한 '봉인' 능력을 활용해 적의 능력을 잠시 흡수하는 방식이다. 전투 자체도 박진감 넘치지만, 캐릭터 간의 조합이 만드는 시너지가 이 게임의 핵심 재미로 작용한다.

탐험 중에는 ‘파편’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파편은 수라계의 기억을 담은 조각으로, 이를 통해 각 계승자의 과거와 수라계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전투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퍼즐도 맞춰 나가야 한다. 전투 → 휴식 → 대화 → 선택지의 구조를 반복하면서, 선택에 따라 캐릭터 간의 관계가 달라지고, 최종 결말에도 큰 영향을 준다. 정해진 루트는 없으며, 동일한 캐릭터로 시작해도 전혀 다른 길로 향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시간 역행 시스템’이다.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수라계의 시간을 되돌릴 수 있으며, 이전 선택을 수정하거나, 특정 캐릭터의 죽음을 막는 등의 개입이 가능하다. 단, 그 대가로 플레이어는 무작위로 한 명의 기억을 잃게 된다. 어떤 캐릭터의 능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험 요소는 전략적인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게임은 단순히 강해지는 것만으로는 클리어할 수 없는 구조를 택하고 있으며, 감정적 선택과 논리적 판단을 오가게 만든다.

비주얼도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동양적 미감을 기반으로 한 어두운 색채와 몽환적인 배경이 특징이며,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문명에서 온 이질적인 조형을 갖고 있어 보는 재미도 충분하다. 배경음악은 전통 현악기와 전자음을 조합한 스타일로, 수라계의 비현실성을 더욱 강조한다. 게임 내 모든 대사는 풀 보이스로 지원되며, 일부 장면은 애니메이션 컷씬으로 몰입도를 더한다.

출시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 게임은 현재 데모 버전이 스팀을 통해 공개되어 있으며, 스팀 넥스트 페스트에서도 체험할 수 있다. 공식 트레일러 영상 공개 후 ‘죽음과 재생을 그리는 진짜 로그라이크’라는 평가를 얻으며 주목받고 있다. 정식 출시 버전에는 추가 계승자 4명과 서브 챕터 2종이 추가될 예정이며, 한정판 구매 시 ‘초월 의상 세트’와 ‘수라의 일기장’ 디지털 아트북이 포함된다.

정형화된 로그라이크에 지루함을 느낀 이들이라면, 수라계의 끝없는 미궁 속으로 한 번쯤 발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관계 중심의 내러티브가 어우러져, 그 어떤 액션보다도 긴 여운을 남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