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와 한 마리 동물의 여정이라는 설정은 익숙하다. 그러나 기억을 잃은 인간과 의식을 지닌 동물이 대재앙 후의 폐허를 가로지르며 세계의 비밀에 다가간다면,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기를 넘어선다. 곧 출시를 앞둔 실사풍 액션 RPG 신작 ‘미로 오브 헤리티지(Mirror of Heritage)’는 바로 그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게임은 ‘인류 멸망 이후 두 번째 태양이 떠오른 세계’라는 흥미로운 시간축을 배경으로 한다. 재건된 문명은 인공 지능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을 ‘기록물’로 사고팔거나 삭제하는 행위가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아간다. 플레이어는 이 세계에 떨어진 정체불명의 소녀 ‘리야’로 시작한다. 그녀 곁에는 말을 할 수 있는 새끼 곰 형태의 생명체 ‘브람’이 함께하고 있다. 두 존재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리야는 손에 쥔 검에 스스로의 이름을 적어야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이한 조건은 스토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게임은 ‘기억의 조각’을 수집하며 진실을 맞춰나가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리야의 과거뿐 아니라, 세계가 두 번 멸망한 이유와 브람의 기원까지 마주하게 된다.
눈에 띄는 점은 그래픽의 밀도다. 현실과 맞닿은 듯한 실사 텍스처 위에, 불완전한 인공지능이 구현한 듯한 왜곡된 자연물이 혼재되어 있다. 무성하게 자란 식물 위로 검은 전선이 덩굴처럼 얽히고, 고대 유적처럼 생긴 구조물 내부엔 최신 보안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는 단순한 비주얼 장치가 아닌, 플레이 내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호작용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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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시스템은 패턴형 보스전과 리듬 기반 액션이 혼합된 독특한 형태다. 공격은 일반적인 버튼 연타가 아니라, 리야의 심박수와 싱크되는 ‘맥동 타이밍’에 맞춰야 한다. 이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든다. 타이밍을 맞출수록 리야의 감정이 고조되고, 특수 능력 ‘기억 방출’이 발동된다.
또한 브람은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리야를 대신해 퍼즐을 해결하거나, 적의 주의를 끌어 전투의 흐름을 바꾸는 등 독립적인 인공지능으로 설계되어 있다. 특히 중요한 결정을 앞둔 순간, 브람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플레이어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거나 무시할 수 있다. 이 선택은 곧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다.
‘미로 오브 헤리티지’는 단순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그리는 게임이 아니다. 기억을 되찾는 과정, 그리고 그 기억이 반드시 아름답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플레이어는 진실이 고통스러울지언정 그것과 마주하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리야와 브람은 단순한 게임 속 캐릭터를 넘어, 플레이어와 함께 성장하는 존재가 된다.
실사 그래픽 기반의 액션 RPG들이 범람하는 가운데, 감정의 결을 따라 스토리를 밀도 있게 엮어내는 게임은 드물다. ‘미로 오브 헤리티지’는 그 틈을 파고들어, 전투와 스토리, 그래픽이 유기적으로 엮인 하나의 감각적 경험을 제시한다.
결국 이 게임은 한 줄의 문장으로 정의될 수 있다.
“기억이 무기이고, 감정이 서사다.”
2025년 하반기, 이 잊힌 세계에 다시 불이 켜질 준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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